작가와 시민이 만나는 예술마당, 대전국제아트쇼2017

허나영(미술비평, 목원대 겸임교수)

 

아테네가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였던 시절, 작지만 힘 있던 이 지역의 실질적 중심은 파르테논 신전 앞 아고라(Agora)였다. 신전 앞의 마당인 아고라에는 장이 서고 아테네 여신을 위한 제의를 하기도 하였기에 그리스의 시민들이 항시 드나드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예술과 철학에 대한 시민들의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비어있기에 가득 채울 수 있는 장소였으며,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것이 거래되면서도 보이지 않은 우주의 원리까지 소통되는 그러한 곳이었다. 모든 것이 분업화된 현대에서는 고대의 아고라와 같은 종합적인 장소를 찾기는 힘들다. 온라인을 통해 여러 논의들이 이루어지지만 이 역시 플랫폼 별로 한정된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시각예술에 있어서는 아고라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장이 한시적으로 열리곤 하는데, 그것은 바로 아트페어(Art Fair)이다. 아트페어에서는 경제적인 교류와 함께 시각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유무형의 거래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담론까지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아트페어의 위상은 세계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국제적인 비엔날레를 방문하듯, 예술 애호가들은 스위스의 바젤 아트페어나 중국의 홍콩 아트페어를 찾는다. 어쩌면 무거운 시대적 담론이나 난해한 최신의 미술을 대하기보다는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 가벼운 이미지부터 진지한 메시지까지 여러 층위의 작품들을 취향껏 골라 즐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트페어는 예술작품을 살 수 있는 시장의 역할과 함께, 한 자리에 모인 세계의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현재 미술계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장의 의미도 갖는다. 또한 예술가들 역시 자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창구로 아트페어를 찾는다. 실제적인 경제적 이익 창출과 자본주의적 가치를 얻는 주된 목적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취향을 가진 계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매력적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한 아트페어에서 어떤 분위기의 작품이 등장하는 지는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작품에 대한 논의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된다. 더불어 예술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기에 작품을 사고 파는 시장의 역할을 넘어, 작가와 애호가, 그리고 비평가 및 화랑 등 예술계 인사들의 교류의 장이 된다. 그렇기에 대전국제아트쇼 역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할 것이다.

올해 5회를 맞는 대전국제아트쇼는 일 년에 한번 대전지역 작가와 화랑 뿐 아니라 타 지역과 해외에서도 참여를 하고 있다. 특히 ‘작가 중심의 아트페어’를 목표로 세워, 화랑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른 아트페어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작가와 관람자가 직접 대면하고 소통함으로써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관람자는 작가와의 직접적 대면으로 보다 적극적인 작품 관람을 가능하다. 현대미술에서는 보는 이의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해석이 자유롭지만, 자신을 감동시킨 작품에 대해 작가와 대화하는 것을 바라는 이가 적지 않다. 이는 작품을 통한 일차적인 소통을 더욱 공고히 하고 보다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인간의 욕망일 것이다. 반대로 작가 역시 자신이 시각화한 메시지가 어떻게 보는 이에게 전달되는 지 항상 궁금하고 알고 싶은 미지의 답과 같다. 그러한 점에서 대전국제아트쇼에서 매번 열리는 100개가 넘는 개인 부스는 관람객의 작품 감상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킨다.

더불어 매년 가을 열리는 대전국제아트쇼를 통하여, 대전미술을 일 년에 한번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는 대전 지역 미술을 외부로 알림과 동시에,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참여한 갤러리 및 작가들, 그리고 20여 개 국의 작가들과 대전 미술계가 교류하는 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대전시민들은 풍부한 시각예술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

대전 미술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대전미술계와 세계의 미술이 소통할 수 있는 마당인 대전국제아트쇼는 실상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이는 대전미술계에서 아트쇼가 가지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며, 그만큼 이 지역 예술인들의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작게는 대전미술계와 미술시장의 활성화에서 크게는 타 지역 그리고 세계와 대전미술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것을 꿈꾸는 대전국제아트쇼는 올 가을에도 열린다. 기다리는 이들 역시 그간 대전미술가들이 어떤 작업을 했을지 궁금하고,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오고갈 지를 함께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올해도 역시 페르테논 신전 앞 아고라처럼 미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이루는 축제의 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아고라에서 이루어졌던 철학적 논의가 이천 여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 영향을 주듯, 대전국제아트쇼 역시 더욱 큰 파급력을 갖기를 꿈꿔본다.